4/23/2004

결국은 나

서울로 돌아와 짐정리를 하면서 깨달은 것 중에 하나는
내가 정말 책을 많이 사 모았구나(읽었구나와는 엄연히 다름)하는 거였다.
꼬박 1년 만에 나의 그런 애장본들을 다시 마주 대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 중 제일 먼저 낙점을 받은 작품은 미우라 아야꼬의 '빙점'

이름도 없던 잡화상 여주인이 아사히 신문 소설 공모에 낸 처녀작이 이런 명작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죄와 용서라는 무게 있는 주제를 드라마틱한 줄거리에 담아낸 것도 있었겠지만 작가의 인간에 대한 깊은 고찰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새로 읽을수록 작가가 인간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에 놀라곤 하는데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느낀 건 결국 모든 문제의 근원은 '나 자신'이라는 거다.

도오루는 어려서부터 사랑하던 요코를 가장 친한 친구인 기다하라에게 양보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이제껏 오빠로만 자기를 대하던 요코가 거의 도오루의 마음을 받아들이기 직전 요코의 동생 다쓰야의 차에 기다하라가 치여 다리를 잃는 사고가 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 모든 일이 도오루가 자초한 일이다.
애초에 기다하라를 집에 데려와 요코에게 오빠의 친구가 아닌 남자로 소개시켜 준 사람도 도오루였고, 요코의 친모 게이코를 찾아가 다쓰야로 하여금 어머니의 과거를 의심하게 하고 이를 풀기 위해 요코를 강제로 어머니와 만나게 하려고 하는 걸 기다하라가 막다가 사고가 나게 된다.
결국 도오루 입장에서 보면 자업자득, 결자해지라고나 할까...

오늘 내가 하는 사소한 일 하나하나도 나중에 어떻게 발전되어 나에게 돌아올지 모른다.
정성을 다해 살자.

P.S. 내가 알기론 이 빙점이 80년대 한번 영화화되고 90년대 또 다시 드라마로 제작된 적이 있었다. 영화에는 원미경이 요코로 이영하가 기다하라고 나왔었다. 90년도에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이미연이 요코로 손창민이 도오루로 출연했었던 거 같다. 근데 웃긴 건 80년대 영화에서 엄마 나쓰에 역으로 나왔던 김영애(요즘 황토로 사업하는 그분이다)가 90년대 드라마에도 다시 나쓰에로 나왔다는 사실이다.여전히 젊고 요염한 모습으로... 그 당시에도 황토로 마사지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만약 그게 황토의 힘이었다면 황토의 힘,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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