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2004

시대착오

설 연휴에 두 편의 영화를 보았다.
'Last Samurai'와 'Good Bye Lenin'





사실 Last Samurai는 별로 볼 생각이 없었는데 저녁 먹고 별할 일도 없는데다가
예고편에 나온 일본 여자배우가 너무 고혹적이라 안 볼 수가 없었고 Good Bye Lenin은 그루엄마의 영화평을 보고 한번 보고 싶었었는데 마침 Cathay Cine에서 상영중이었다.

라스트 사무라이는 여러 면에서 구로사와 아키라의 '카케무샤'를 떠올리게 한다. 구로자와 감독은 한때 전승의 위용을 자랑하던 타케다 신겐의 사무라이들이 어떻게 한번의 전투에서 적에게 섬멸을 당했는가에 대한 의문에서 '카케무샤'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한다.

총이 개발되고 나서부터 전쟁이 cool해졌다고 그랬던가.
사실 그 답은 너무 간단해서 싱겁기조차 하다. 구로사와의 원래 의문은 왜 사무라이들이 조총이라는 신무기를 받아들이지 않았을까였겠지.

사실 Last Samurai를 보고 나서도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단 한가지, 총을 잡는 것이 비겁한 일이라는 생각에 총대신 칼과 말을 타고 조총부대에 불나방처럼 뛰어 드는 것은 Tom Cruise가 말 하고 싶어했던 진정한 무사도는 아닐 꺼라는 거다.
영화에서는 카츠모토의 마지막 카리스마에 감동한 관군이 총을 거두고 절을 하지만 과연 실제 상황에서도 그게 먹히는 논리일까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Good Bye Lenin도 소재는 다르지만 과거에 대한 향수에 대한 이야기이다. 물론 라스트 사무라이보다는 훨씬 가볍고 귀여운 거짓말이지만…
알렉스의 엄마는 끝까지 알렉스의 귀여운 거짓말을 믿었던 걸까?

……

나이가 들수록 낯선 것에 대한 공포나 거부감이 늘어간다. 과거에 대한 향수와 함께.
그 아름다운 과거를 이어갈 수 있는 미래의 모습을 찾는 것, 그게 오늘 내가 해야 될 일이라는 결국은 진부한 결론이 휴일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PS. 참, Last Samurai에서 카츠모토의 아들(이름은 까먹었다)이 김석훈과 너무 닮아서 깜짝 놀랬었다.

PPS. 위의 포스팅을 보면 올 한해를 어떻게 살아야 될 것인가 고민하고 연휴를 보냈을 거 같지만
실은 Jurong Bird Park가서 All Star Bird Show 구경하고 인적이 드문 벤치에 누워 유유자적하며 보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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