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4/2003

흐릿한 그림자

'하지만 말야, 아저씨'
'네'
'생각해 보니까 그 가운데서도 제일 이상한 것은 누가 뭐래도 아저씨야. 그래 나카타 상이라구. 왜 아저씨가 이상하냐 하면 음, 아저씨는 나라는 인간을 바꿔버렸기 때문이지. 불과 열흘 동안에 나는 엄청나게 변했어. 뭐라고 할까, 여러 가지 주위를 보는 눈이 많이 달라진 것 같아. 지금까지 그냥 대충 보던 것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구. 지금까지 조금도 재미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음악이 묵직하게 마음에 스미는 거야. 그리고 그런 느낌을 누군가, 비슷한 것을 알고 있는 사람과 얘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거든. 이런 일은 지금까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야. 그래서 말인데 왜 그렇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니까 그것은 내가 줄곧 나카타 상 옆에 있었기 때문인 거야 그리고 나카타 상 눈을 통해 사물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라구…'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 중에서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이상한 사고로 인해 '마치 욕조에서 마개를 뽑아 버린 것'처럼 기억과 지식, 습관 그리고 추억까지도 잃어버린 할아버지 나카타 상을 만나 달라졌다는 호시노 청년의 고백은 이 책을 읽고 난 저의 감상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1. 시코쿠엔 정말 고무라 도서관이 있을까?
2. 소설가는 소설만 쓰고 수필가는 수필만 써야 될 거 같아
3. 하루키는 정말 책을 많이 읽었더구만. 역시 세상엔 쉽게 이루어지는 일은 없어
4. 오시마 상의 묘사를 보고 윤상을 떠올렸는데 저런, 그런 비밀이 숨어 있었다니
5. 하지만 이번에 나도 한번 베토벤의 피아노 3중주 '대공'을 들어볼까?
6. 나카타 상의 흐릿한, 반 밖에 없는 그림자는 이해가 되는데 왜 사에키 상의 그림자도 그래야 했을까?
7. 이 세상은 메타포라는데 나는 어떤 메타포에 살고 있는 걸까?

그나 저나 말입니다. 이제사 고백이지만 사실 첨에 블로그 시작할 때 아무 생각없이 존대말로 시작했는데 매일 존대말을 쓰자니 점점 불편하고 어색해요.
중간에 암말 않고 바꿔 보려 했으나 그건 또 아닌 거 같고 해서… 이제 만방에 공표하고 반말(!)로 지껄여 보려고 합니다. 그게 싫으신 분들은 저에게 돈이나 꽃다발을 들어 마구 던져주세요.. 아니 마구 던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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